창조와 그리스도인
세계를 선물로 바라보는 사람 우리는 세상을 너무 쉽게 자원이라고 부릅니다. 숲은 개발할 땅이 되고, 강은 이용할 물이 되며, 시간은 성과를 생산하는 수단이 됩니다. 심지어 사람까지 능력과 효율로 평가합니다. 쓸모가 존재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성경의 첫 문장은 세계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에서 시작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 1:1)는 선언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문장인 동시에, 세계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신앙고백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 ‘창조하다’로 번역된 바라(בָּרָא)는 하나님을 주어로 삼아 사용되는 독특한 동사입니다. 이는 성경이 창조를 단순한 물질의 조립이나 자연현상의 출발로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께서는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시고, 생명이 머물 자리를 마련하시며, 각 피조물에게 고유한 이름과 경계를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보시며 “좋았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히브리어 토브(טוֹב)는 단지 아름답다는 뜻을 넘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창조세계의 가치는 인간에게 얼마나 유용한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기뻐하셨다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인간은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관리자로 세워졌습니다(창 1:26-28). 땅을 다스리라는 명령은 마음대로 소비하고 파괴할 권리를 허락한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통치를 대신 나타내라는 소명입니다. 창세기 2장의 “경작하며 지키게 하셨다”는 말씀은 인간의 노동이 착취가 아니라 돌봄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창 2:15). 그리스도인은 땅을 소유한 사람이기 전에 잠시 맡아 돌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죄는 인간으로 하여금 선물을 소유물로 바꾸게 했습니다. 하나님 없이도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은 인간은 피조물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았고, 이웃마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만들었습니다. 과도한 소비와 무한한 성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 쉼을 죄책감으로 받...